제약산업은 국가미래산업… 생명과학을 넘어 국가 성장동력의 심장 역할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성장한 만큼 이제 고향에서 봉사하며 베풀고파”

▲ <김광호 사장> -1948년 2월19일 보령 내항리 출생 -대천고 졸업 -건국대 수의학 학사 -건국대 대학원 수의학 석·박사 -한국바이엘약품㈜ 마케팅 과장 -㈜유한SP 마케팅 부장 -바이엘코리아㈜ 영업본부장·전무이사 -바이엘U.S.A국제마케팅부 극동담당매니저 -㈜사노피신데라보 코리아 부사장 -現 ㈜보령제약 대표이사 사장 -건국대 수의과대학 겸임교수 -International Who‘s Who 회원 -㈔한국학교보건협회 이사 -㈔한국전립선관리협회 이사 -㈔한국고혈압관리협회 부회장 -㈔한국만성질환관리협회 부회장

세상은 사람 중심…진정성 가진 소통이 관계의 최고 덕목

그가 처음 제약회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75년, 대학 졸업을 앞둔 당시였다. 같이 학교를 다녔던 한 여학생이 신문에 난 구인광고를 보고 그에게 한 제약회사를 추천한 것이다. 그 회사가 바로한국바이엘약품㈜이었다. 원래 그는 졸업 후 이스라엘로의 유학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잦은 전쟁과 테러로 인해 계획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입사를 결심하게 됐다. 그 때 당시 다국적 기업, 외국계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대학생들의 로망인 것도 입사를 결심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제가 지원자들 가운데 입사시험을 가장 잘 봤다며, 제가 그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임을 알려준 회사의 메시지 때문이었습니다.”

단 한 번도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해본 적 없던 그에게 회사의 그 메시지는 아주 커다란 희망이었다. 그영향이었을까. 그는 기자에게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가 생각하는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기계가 있지 않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기계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아니겠습니까.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관계 속에서 가장 우선 돼야할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진정성입니다.진정성이 없다는 것은 인체에 피가 통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마음을 열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교감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웃음).”

그는 말로만진정성을 운운하는 것은 아무 소용없다며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교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그는 스스로가 먼저 마음을 열고 ‘사람이 중요한’ 회사 분위기를 만들어나갔다. 잘못한 점보다는 잘한 점을 많이 이야기하며 죽어있는 직원들의 기를 살려줬고, 직원 개인을 넘어 가족까지 살뜰히 챙기며 ‘진정성’이 담긴 소통을 주도했다.

“마음의 교감이 없는 소통은 올바른 소통이 아닙니다. 서로간의 진정성이 맞닿아야 진짜 소통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답답하고 꽉 막힌 이 불통의 시대에 기자가 만난 그는 진정 소통의 달인이었다.

제약산업 '달인’…제약계의 글로벌화 주도
이젠 국가가 나서서 정책적 지원 필요할 때

그가 ‘달인’이라 불릴 수 있는 분야는 소통뿐만이 아니다. 제약업계에서도 그는 달인으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한국바이엘 근무 시절에는 아스피린,탈시드,시프로바이,아달라트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 전문의약품을 마케팅해 성공시켰으며,사노피신데라보 사장 시절에는 회사를 매출 2000억대 회사로 성장시킨 인물이 바로 그다. 이 당시 그가 낳은 신기록도 무수하다. 국내 처방 1위플라빅스, ARB고혈압약 1위아프로벨, 항암제 1위엘록사틴 등의 실적이 그 기록이다.

보령제약에 와서도 그의 실력은 빛을 발했다. 그가 국내 최초 고혈압 치료 신약 ‘카나브’의 산 증인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11년 발매된 이후 연매출 200여억원을 달성한 보령제약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임상 결과 국내에서 많이 판매되고 있는로살탄계열 고혈압 약에 비해 20% 이상 우수한 혈압 강하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효능을 입증 받아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13개국에 첫 수출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브라질, 러시아와 추가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중국, 미국, 유럽연합 등과 활발한 수출협상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40년이 넘는세월동안 제약분야에만 몸담고 있었던 만큼 그가 피부로 느끼는 아쉬움 또한 많다. 그는 “현재의 제약산업에는 한계가 있다”며 “국가가 정책적으로 액션을 취해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제약회사에 다니던 시기는 국내 최초로 선진제약산업이 들어오던 시기였습니다. 그 때 국내에 정착했던 외국계 기업들은 20~30년 후의 한국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적자를 내면서도 시장을 활성화시켰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지분이 더 많은 합작기업의 경우에는 조금만 적자가 나도 임원진을 교체하는 등 멀리 보는 전략을 구상하지 못했죠. 그 결과 경영상의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기업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이와 유사한 일들이 지금도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구호로만 국제화, 글로벌화를 외칠 때는 지났습니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선진제약회사를 통해 느꼈던 경험들을 중국이나 인도, 태국과 같은 후발주자에게 알려줘야 할 때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제약산업 내부에서 스스로 일어나기는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국가가 제약산업의 잠재력 및 가치를 인식하고 정책적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떠나며 아쉬운 건, 직원들의 자긍심 높이지 못한 것

그렇다면 제약산업의 국제화를 위해 국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무엇일까. 그는 “사람을양성해야한다”고 전했다. 지금 제약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보다 새로운 시장을 겨냥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의약품의 질(Quality)은상향평준화된 상태입니다. 때문에 가격경쟁이 매우 치열해졌죠.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박리다매가 가능한 회사만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걸 견딜 수 있는 제약회사가 과연 국내에 몇이나 있을까요. 그래서 더욱 국가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것입니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날수록 제약산업은 국가 중요산업이 될 것입니다. 이를 하루빨리 인식하고 정부 및 국회에서 제약산업을 국가산업으로 이끌어주길 바랍니다.”

그는 현재 제약산업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동시에 보령제약에서 보냈던 세월을 회상하며 그간의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8년 전, 보령제약의 전문경영인으로 오면서 목표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우리 회사를 직원들이 만족하는 회사, 진심으로 사랑하는 회사, 경쟁 회사 직원들이 부러워하는 회사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결과 대해서는 직원들에게 먼저 물어봐야겠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목표했던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한 것 같아 참 아쉽습니다. 물론 모든 책임이 제게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표이사 사장의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감을 크게 느끼는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

그 아쉬움을 뒤로한 채, 꽃 피는 3월이 오면 그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 이후의 계획은 무엇인지 물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금껏 해온 일인 만큼 제약산업, 의료보건산업의 발전에 제가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기꺼이 응할 생각입니다. 그게 안 되면 고향인 보령에 내려가 봉사하며 살 계획입니다.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대학시절 그 여학생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걸었을 것입니다. 아마 농사를 짓거나 목장을 운영 했겠죠. 이처럼 저는 주위사람들의 도움으로 지금껏 잘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고마움을 고향에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되돌려드리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