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갑’은 2009. 2.경 계룡산 인근에 소재하는 공장을 ‘을’에게 임대하여 주었는데, 공장은 경사가 심한 임야에 맞닿아 건축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09. 6.말부터 장마가 시작되었고, 2009. 7. 9. 당일 누적강수량이 191.5mm인 집중호우가 발생하고, 같은달 16일 누적강수량이 222mm에 이르는 집중호우가 발생하여, 공장에 인접한 임야의 일부가 붕괴되면서 밀려 내려온 토사류가 공장의 벽체를 일부 파손하고 공장 내부에까지 들어와 ‘을’ 소유의 원자재, 기계 및 완제품을 훼손하였습니다.

‘갑’은 1차 호우로 인하여 공장 내부로 토사가 유입된 후, 공장 내부에 유입된 토사를 제거하고 파손된 벽체 부분을 복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는 하였으나, 새로이 임야의 붕괴를 대비하여 공장에 안전벽을 설치하거나 벽체를 튼튼하게 하는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었습니다.

‘을’은 공장에로의 토사유입으로 인하여 원자재와 기계 등이 훼손된 것과 관련하여, 임대인인 ‘갑’이 임대 계약 존속 중 임대 목적물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아, ‘을’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면서 그 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을’의 청구는 정당할까요?

답=결론적으로, ‘을’의 청구는 정당하지 않습니다.

(1) 임대차계약에 있어서 임대인은 임대차 목적물을 계약 존속 중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이하 ‘임대인의 수선의무'라고 합니다)를 부담합니다( 민법 제623조). 그리하여 그 목적물에 파손 또는 장해가 생긴 경우에 그것을 수선하지 아니하면 임차인이 계약에 의하여 정하여진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는 것을 방해받을 정도의 것이라면 임대인은 그 수선의무를 부담한다 할 것입니다.

(2) 그러나, 통상의 임대차관계에 있어서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히 임차인에게 임대목적물을 제공하여 임차인으로 하여금 이를 사용·수익하게 함에 그치고, 더 나아가 임차인의 신체나 재산상 이익의 안전을 배려하여 주는 등의 보호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3) 위 사안에서, 임차인인 ‘을’이 임대차 목적물인 공장을 사용·수익함에 있어서, 공장 주위에 경사가 진 임야가 있어, 집중호우 시에 산사태의 발생 가능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계약에서 정한 목적과 용도대로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차계약상 임대인인 ‘갑’에게 그러한 위해로부터 임차인인 ‘을’의 다른 재산상 이익 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까지 임대인 ‘갑’의 수선의무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갑’에게는 예상하기 힘든 집중호우에 대비하여 토사의 공장유입을 방지할 수 있는 시설까지 설치하여야 할 의무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대법원 2012.3.29. 선고 2011다107405 판결).

/최진복 법률사무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