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택시운전사인 ‘갑’은 2012. 3. 13. 01:00경 대전 시청에서 손님인 ‘을’을 태웠습니다. ‘을’은 ‘갑’에게 월드컵경기장으로 가자고 하였는데, ‘을’은 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하자, 택시요금 7,000원을 요구하는 ‘갑’의 얼굴을 4,5회 때리고는 도주하였고, ‘갑’은 택시요금을 내지 않고 도주하는 ‘을’을 월드컵경기장 뒤쪽의 주택가까지 뒤쫒아가 계속하여 택시요금을 요구하였으나, ‘을’은 다시 ‘갑’을 폭행하고는 도망갔고, ‘갑’은 ‘을’을 공갈죄로 신고하였습니다. ‘을’에게 공갈죄가 성립할까요?

답=결론적으로, ‘을’에게는 공갈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1) 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형법 제350조 제1항).

 (2) 재산상 이익의 취득으로 인한 공갈죄가 성립하려면 폭행 또는 협박과 같은 공갈행위로 인하여 피공갈자가 재산상 이익을 공여하는 처분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러한 처분행위는 반드시 작위에 한하지 아니하고 부작위로도 족하여서, 피공갈자가 외포심을 일으켜 묵인하고 있는 동안에 공갈자가 직접 재산상의 이익을 탈취한 경우에도 공갈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3) 그러나 폭행의 상대방이 위와 같은 의미에서의 처분행위를 한 바 없고, 단지 행위자가 법적으로 의무 있는 재산상 이익의 공여를 면하기 위하여 상대방을 폭행하고 현장에서 도주함으로써 상대방이 행위자로부터 원래라면 얻을 수 있었던 재산상 이익의 실현에 장애가 발생한 것에 불과하다면, 그 행위자에게 공갈죄의 죄책을 물을 수 없습니다.

(4) 위 사안에서, ‘을’이 ‘갑’이 운전하는 택시를 타고 간 후 택시요금의 지급을 면할 목적으로 택시요금 지급을 요구하는 ‘갑’의 얼굴 등을 주먹으로 때리고 달아났다고는 하나, ‘갑’이 폭행을 당하여 외포심을 일으켜 수동적·소극적으로라도 ‘을’이 택시요금 지급을 면하는 것을 용인하여 이익을 공여하는 처분행위를 하였다고 할 수 없습니다. 즉, ‘갑’이 ‘을’의 택시요금지급의무를 면제하지는 않은 것이고, 여전히 ‘을’이 도망갔다고는 하나, ‘을’의 ‘갑’에 대한 택시요금지급의무를 존재하는 것이므로, ‘을’에게는 폭행죄가 성립한다고 하더라도, 공갈죄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대법원 2012.1.27. 선고 2011도16044 판결).

/최진복 법률사무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