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공단 보령지사장 박태식

예전에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봉사활동을 했을 때의 에피소드이다. 그날이 마침 요양시설 개소기념일이라서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 분들을 모시고 외부에서 초대된 가수 등 연예인들이 한바탕 축하공연을 하던 중에 진행자가 “거기 자원봉사자 분들도 누구 한 분 대표로 나와서 축하노래 좀 부르세요.”라는 요청에, 어쩔 수 없이 나가서 노래를 부른 후 ‘9988234’라는 덕담을 하고 자리에 돌아오니 시설관계자 분이 조용히 다가와 귓속말로 앞으로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9988234’, 99세까지 88(팔팔)하게 사시다가 2~3일 정도만 앓고(자손들이 마지막 준비할 시간을 갖도록) 돌아가시는 게 행복한 삶이란 뜻으로 건강하게 오래살고 싶은 염원을 담은 말인데, 시설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그 행사 자리에 계신 노인 분들 중에는 이미 100세를 넘기신 분들도 계시다는 이야기인바, 이제는 그 문구도 수정되어야 할 것 같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이제 우리나라도 100세 이상 고령자가 2천여 명을 넘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그저 장수하면 당연히 축복이라고만 여길 뿐 별다른 고민거리가 없었다. 100세까지 사는 분들도 거의 없었거니와, 예전 농경사회의 대가족 형태에서는 자식들이 부모를 부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핵가족시대에 본인 스스로 노후대책을 준비해야하는 현실에서는 단순히 장수하는 것이 더 이상 축복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길어진 노후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없을 경우, 100세 시대가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는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노후에는 재무, 일자리, 건강, 주거, 대인관계, 여가 등 여섯 가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나머지 문제들의 바탕에는 경제적 뒷받침이 반드시 선결문제로 부각된다. 노후자금관리의 제일 중요한 원칙은 무엇보다 ‘안전’이다. 대다수 선진국의 경우 노후자금의 버팀목으로 연금소득을 들었고, 그 중 80%가 공적연금을 1위로 꼽았다.

이것은 은퇴 1, 2년 전에 준비를 시작해서는 대비가 어렵다. 젊은 시절부터 장기계획을 세워 실천해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이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에서는 전국 141개 지사 및 상담센터에 행복노후설계센터를 설치하여 지역주민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는 노후설계서비스를 상담과 교육을 통해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본인이 살고 있는 자역의 가까운 행복노후설계센터 문의는 국번 없이 1355에 문의하면 된다. 노후는 제 2의 인생으로, 다른 시기보다 본인을 위한 시간을 더 많이 누릴 수 있게 된다. 이런 노후를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보람 있는 일을 하면서 건강하게 오래 살 수만 있다면 분명 축복임에 틀림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