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입니다. 여름휴가를 맞아 홍콩에 거주하고 있는 고교 동창 부부 한 쌍이 저를 방문하였습니다. 20여 년 만에 만난 친구라서 매우 반갑고 즐거운 일이었지만, 한편으론 진땀 흐르는 시간이었습니다. 친구의 남편이 캐나다인이어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학창시절에 더듬거렸어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했었기에 방문 연락을 사전에 받고 그리 긴장하지 않았었는데, 막상 인사말을 나누고 난 후 머릿속이 하얗게 비는 느낌이 들더군요. 상대방의 말을 알아들어야 몇 개의 단어로라도 대화를 할 텐데, 무슨 말을 하는 지 아예 알아들을 수가 없더군요.

결국 친구의 통역으로 불편한 하루를 보내고 말았습니다. 친구가 헤어지는 길에 “영어 공부 좀 하세요. 학원장님!”이라고 말하는 데,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습니다.

학창시절에 비록 능수능란하진 않았지만, 영어 의사소통이 가능했었던 건 귀가 열려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이제는 귀마저 닫혀 있어서 상대가 천천히 또박 또박 말하는 데도 거의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제가 수학, 과학을 지도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 글로벌 시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너무 안일하게 지내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해봅니다.

불과 3년 전 정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지역의 학생들 중 영어 회화가 가능한 학생들을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영어회화가 가능한 학생들이 초중고 구별 없이 학교별로 5명 전후는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록 뉴스나 기사로만 접하는 서울 강남 지역의 학생들에 비교하면 아직 천지 차이입니다만, 영어에 대한 우리 지역의 학생과 학부모님들의 인식이 전보다 적극적이 된 것은 분명합니다.

국가에서도 NEAT(National English Ability Test :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를 준비하여 글로벌 시대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NEAT로 수능의 영어 시험을 대체한다고 하니, 우리 지역과 교육계도 이에 맞는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학부모님께서도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실 때입니다.

사실 다른 모든 일들과 마찬가지로, 영어를 배웠어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면 능력이 조금씩 사라지게 됩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절반 이상의 학생이 영어 회화 학원에 다닌 경험이 있는데도 중고생이 되어서는 오히려 어렸을 때보다 영어회화를 못한다는 건 우리 지역이 환경적으로 학교나 학원 같은 교육기관이외에서는 영어를 들을 일도 사용할 일도 거의 없다는 겁니다.

지역 환경을 영어회화를 보다 쉽게 접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면,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아이들의 회화실력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어른들이 먼저 영어화화를 배우도록 노력하는 건 어떻습니까? 아이들과 때때로 영어로 대화한다면 효과가 상당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경우엔, 저희 선생님들과 앞으로 TOEIC과 NEAT 둘 중 하나를 정해 공부하고 정기적으로 응시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제 스스로를 돌아보니 20대 전후에 배운 것들로 근 20년을 우려먹고 버티고 살아 왔습니다. 부끄러움을 느꼈고, 친구 부부의 방문을 계기로 제 인생의 앞으로의 날들을 위해 새로이 배워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우리 기성세대가 배움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것이 우리 세대와 아이 세대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면, 한마디로 일거양득 아니겠습니까?

/청담학원 최재성 원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