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 최 진 복

‘갑’은 2013. 2. 22. 20:26경 무쏘차량을 운전하여, 시속 30~40km 정도의 속력으로 진행하던 중 도로를 건너던 ‘을’을 미쳐 발견하지 못하고, ‘을’을 충격하여 가슴 및 배 부위를 역과하고 그대로 100m 정도 끌고 가다 정차한 후, 아무런 조치없이 도주하였고, 이후, ‘병’이 1차 사고가 있은 8분 후, 쏘나타 차량을 운전하여 시속 60~70km 정도의 속력으로 진행하다가 도로에 쓰러져 있던 ‘을’을 발견하지 못하고, 다시, ‘을’을 역과하였는데, ‘을’은 다발성손상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을’이 무쏘 차량에 의하여 끌려간 도로 상에는 ‘을’의 혈흔과 차량에 의하여 끌려간 흔적이 선형으로 선명하게 남아 있었고, 사고 직후 사고현장을 촬영한 CCTV와 사고현장을 직접 확인한 ‘정’은 사고 후 2차 사고 발생 시까지 ‘을’이 미동도 하지 않았고, ‘을’이 무쏘 차량에 의해 끌려간 자리에서 20m 정도의 혈흔과, 1m 정도의 뇌수, 주먹만한 핏덩어리를 목격하였습니다

 ‘갑’과 ‘병’ 모두 사고 후 경찰에 사고 신고를 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도주하였는데, 이때, ‘병’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의 범죄가 성립할까요?

결론적으로, ‘병’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의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1)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러한 법리는 선행차량에 이어 ‘병’ 운전 차량이 ‘을’을 연속하여 역과하는 과정에서 ‘을’이 사망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므로, ‘병’이 일으킨 후행 교통사고 당시에 ‘을’이 생존해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병’에게 유죄의 의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병’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2) ‘병’의 차량이 ‘을’을 충격한 2차 사고는 1차 사고 발생 시로부터 약 8분이 경과한 때임을 알 수 있으므로, ‘병’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의 범죄의 인정여부는 ‘을’이 1차 사고를 당한 후 2차 사고 시까지 생존해 있었는지에 따라 좌우됩니다

 (3) 그런데, 1차 사고의 충격의 강도와 충격 후의 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을’이 그로 인해 두부와 흉복부 등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쉽게 예상할 수 있으므로, 이로 인하여 ‘을’이 1차 사고 후 2차 사고 발생 전에 이미 사망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고, ‘병’ 운전 차량이 2차로 ‘을’을 역과할 당시 아직 ‘을’이 생존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병’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의 범죄의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4도316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