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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웰~~다잉!!

2016년 06월 22일 (수) 14:41:05

편집부

9319951@hanmail.net


▲ 여성문학 보령예지회 최은순

늘 분주하기만 한 하루하루의 시간들이 쏜살같이 지나가 버리니 걷잡을 수가 없네요. 옛 어르신 말씀대로 섬광같이 지나는 세월을 어찌 잡을 수가 있겠어요? 이제는 나를 위한 시간도 나의 시간이 아닌 것 같아요.
이렇듯 시간에 쫓기어 허둥대는 나의 모습과 밤 내내 아프고 결린 몸의 통증을 참아 내며 밤잠 설치는 남편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들은, 부모님의 건강이 걱정스럽다며 서울의 큰 병원에 종합건강검진을 예약해 놓았더군요.
우리 부부는 몇 수년 만에 첨단의료시설이 잘 갖추어진 검진쎈타에서 각종 특수 정밀검사를 받고 왔지요. 요즈음 결과를 기다리며 왠지 모를 걱정스러움과 긴장감이 밀려오네요. 그리고는 너무 분주해서 그동안 잠시 잊고 살았던 내 몸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10여 년 전 그러니까 2006년 어느 여름날,
저는 '기독교장기, 재산기증협회'로 장기 기증을 등록 해놓았었지요.
그로부터 몇 개월 후 기증절차를 마치고 배달된 카드 한 장, 여느 신용 카드와 다름없었지만 자세히 보니 녹색으로 도안한 ‘장기기증희망회원증’이었습니다.
저보다 먼저 이 등록카드를 전해 받은 남편은 예기치 않았던 저의 결심에 내심 놀랐는지 저를 불러 정색을 하며 약간 격앙된 목소리로 이게 무슨 회원증이냐며 묻더군요.
남편의 기세에 눌려 저는 “아~~ 그 회원증? 그건 보시다시피, 아시다시피
장기를 기증해 놓은 장기 기증 희망 등록증이네요”
지금은 뜻있는 사람들이 많이 동참 하고 있지만, 제가 장기기증을 결심한 그 때만 해도 조금 생소한 일인지라 남편에게 장기기증의 뜻을 밝혔을 때, 남편은 고개를 저으며 손 사례를 치더군요. 그 후 남편에게는 나중에 기회 있을 때 설득시키기로 하고 장기 기증을 약속해 버렸습니다.
생존 시 장기기증은 늘 생활이 바쁘다보니 시간여유가 없을 것 같아(아니 솔직히 무서움이 앞서서) 선택을 하지 못했고 사후나 뇌사 시에 기증이 가능한 각막과 조직(뼈, 피부, 연골, 심장판막 등)과 심장 폐, 췌장, 간 같은 장기기증을 등록해 놓은 상태였지요.
장기기증 등록기관은 국립의료원으로 정해져 있었고, '장기기증 희망 서약으로 희망의 씨앗이 되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인사 문구도 적혀있었습니다. 인사 문구를 읽고 나니 왠지 가슴이 뜨거워지고 숙연해지고 내 몸에 대해 뭔지 모를 책임감 같은 것이 밀려오더군요.
그러나 장기기증 약속은 결심을 굳게 하더라도 사후에 보호자와 자식들이 반대하거나 기증을 하겠다는 연락이 없으면 실제 기증약속은 이루어 지지 않고, 본인만의 희망일 뿐 무효가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등록증을 받은 김에 기증사실을 확실히 알려야겠다 싶어서 어처구니없어 하는 남편과 아이들을 불러 놓고 뇌사시나 사후에 장기기증에 대한 확고한 뜻을 마치 유언 하듯이 분명히 해 두었지요.
자녀들은 어머니의 뜻에 따르겠다고 하였지만 남편의 반응은 심란한 것 같더군요.
장기기증 등록이후, 저는 이 세상의 삶을 마칠 때 남겨질 내 몸의 장기들로 고통 받고 있는 생명이 새롭게 태어난다고 생각하니 이제 내 몸을 더욱 소중하게 관리를 해야 할 것 같은 책임감이 밀려오더군요.
그래요, 건강하게 잘 산다는 것 중요한 일입니다.
잘 사는 것 못지않게 잘 죽는다는 것도 참으로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그동안 저는 잘 살려고 앞만 보고 열심히 노력을 해 왔지, 잘 죽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거든요.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요즈음은 장기기증이 보편화 돼 있는 것 같아요.
웰빙!! 웰다잉!!이 아주 중요하다고 느낀 시점에서 저의 바람은 이렇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그들의 안타까운 사랑을 한껏 받으며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고 싶네요.
내가 아름답게 죽는 날, 내 영혼은 하나님 나라로 떠날 것이며 이 땅에 남겨질 내 몸은 누군가의 눈이 되고, 누군가의 심장이 되고, 누군가의 뼈가 되고 피부가 되어 그들이 새로운 세상을 여는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잘 죽는다는 것은 결국 제가 살아 온 삶에 마지막 마침표를 잘 찍는다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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