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문학 보령예지회 서양

봄볕이 내리 쬐는 이른 봄날 상온의 꽃들이 더디게 피는 것을 기회 삼아 온실에서 나온 꽃들이 미리 꽃 봉우리를 준비하여 각양각색의 현란한 모습을 갖고 앞 다투어 나오므로 봄을 꽃으로 일찍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모습에 반하여 그 향기까지 온전히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오래 머물 여유 없이 본연의 모습을 찾아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우리 화실에서는 작업공간의 비좁음도 약간 있었지만 식물이 금방 죽을까 걱정되어 화분을 안으로 들이지 않았다.

어떤 공간이든 초록 식물이 없는 것보다 있으면 생동감을 더 느낄 수 있는데 조그마한 꽃 하나 없는 것이 허전하여 어떻게 화분을 들여 볼 수 있을까 기회를 엿보았다.

다행히 얼마 안 되어 해마다 열리는 작품 전시회로 여러 개의 화분이 생겼다.

그래서 행사를 마치고 조심스럽게 화실로 옮겨와 흙이 마르지 않을 정도의 물을 주웠다.

그 중에는 동양란의 화분도 하나 있었다. 동양란은 여느 꽃보다 화려하지 않아도 향은 향기로웠다.

처음 들어 왔을 때는 여러 개의 꽃대가 올라 와 꽃을 많이 피웠다. 물론 기억은 잃어버렸지만 향도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해를 거듭 할수록 꽃대가 줄어들어 올해는 한 개의 꽃대만 어렵게 올라 와서 가냘프게 세 개의 꽃망울을 매달았다

그 모습이 너무 여리고 말라비틀어 진듯하여 살아있는지 만져보고 눌러서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잠시 멈추고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며칠 후 그런 꽃망울들이 염려 했던 것과 달리 서서히 꽃잎을 열고 그윽한 향기를 퍼뜨려 주었다. 그래서 주위의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난향에 취하여 돌아서는 발길을 향긋하게 배웅 해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사람들의 꾸준한 보살핌 속에서 꽃을 피우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해 보였고 덤으로 향기까지 좋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순간 나도 이렇게 꽃 피울 수 있을까? 감히 나의 꿈에 온기를 불어 넣어 꽃처럼 피어나게 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 일으켰다.
여러 종류의 꽃들이 제각각의 모습과 향기를 갖고 있듯 만약 누군가가 나를 생각해준다면 어떤 향기로 기억해줄까 자신을 한번 돌아보게도 하였다.
사람들은 그 사람의 행동과 말로서 오랫동안 기억을 하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예술로서 자신의 향기를 한껏 보여주기도 하였다.
올 봄에 어느 고령의 유명한 피아니스트의 연주회를 보았다. 그분은 오로지 피아노를 치는 음률 속에서도 그분의 예술로써 완성 된 모습을 아름다운 향기로 느낄 수 있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꿈을 이룬 사람은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또 어느 예술인은 자신의 그리움이 그림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많은 작품을 완성하고 본이 되는 예술인의 길을 가셨다.
오랜 시간을 무엇을 해야 될지 확신이 없었던 나에게도 몇 해 전부터 취미로 시작한 산수화의 먹그림은 항상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그

래서 열심히 공부하면서 좋은 생각이 느낌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부단히 익히며 성실하게 살아가야 되리라 다짐 해 본다.

그리고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동양란처럼 그윽한 향기를 스스로 날리어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