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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계절

2015년 10월 07일 (수) 15:44:59

편집부

9319951@hanmail.net


▲ 윤영선 박사 삼성제약대표/(전)관세청장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을 뜻하는 인연(因緣)이라는 말은 불가(佛家)에서 중요하게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라는 사자성어도 인간사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사람의 인연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부부의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가정을 이루는 결혼(結婚)이야말로 인간사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쩌면 성스러운 것입니다.
결혼 방정식 “남자 1 + 여자 1”은 단순한 숫자 2가 아니라 무한한 새로운 우주를 탄생하게 만드는 시발점입니다.
저도 결혼한 지 30년이 지났습니다. 나의 30년 인생의 반려자이자 동지인 내 처가 없다면 오늘의 내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사랑하는 아이들, 마음과 영혼의 쉼터, 가족들과의 연대감, 바쁜 직장생활의 뒷받침 등 나의 모든 것이 결혼으로 완성되었습니다.
나에게 지난 60년 동안 발생한 가장 큰 일을 꼽으라면 첫째가 부모님 때문에 이 세상에 태어난 사실, 둘째가 30년을 넘게 살아온 내 처와의 결혼이 가장 큰 사건이라고 생각됩니다. 생(生)과 사(死)는 내 의사대로 되는 게 아니니, 결혼이 가장 중요한 인생 대사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도 결혼을 인간의 4가지 큰 일, “관혼상제(冠婚喪祭)”중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大事)로 생각했습니다. 종교에서는 결혼을 신성하고 성스러운 행사로 인식합니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을은 결혼의 계절입니다. 9월과 10월의 주말은 결혼식이 몇 개씩 있어 더욱 바쁜 경우가 많습니다. 주변에 만혼(晩婚)이 너무 흔해서 청첩장을 보내는 분들에게 마음으로 우선 축하인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한 번도 결혼하지 아니하고 평생 독신으로 인생을 마무리하는 사람의 비중이 20%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결혼하지 아니하고 평생 독신으로 사는 사람의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어서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최근 결혼의 풍속도 많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배우자를 만나는 조건이 우선 물질과 경제적 측면을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매우 높아져서 많은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결합이라기보다는 그 사람의 배경을 보고 결혼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가장 높다는 통계치는 이러한 잘못된 출발도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결혼이 만혼이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직장, 주택, 저축등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결혼을 하려는 것도 문제입니다. 결혼비용을 부모들에게 과잉으로 의존하는 세태도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학 졸업생들이 나이가 30살이 되어도 독립하지 아니하고 부모 집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 캉가루족이라고 부르는 데 이 비중이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텔레비젼 드라마에서 나오는 신데렐라 같은 낭만적인 배우자를 찾는 성향, 본인도 모르게 세상을 TV 드라마처럼 인식하는 잘못된 가치관도 문제입니다. 결혼을 정신적 결합이라는 순수성이 거의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경제력이 첫째 요건이 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결혼식 준비에 온 가족이 희생하고 나니 정작 두 사람의 행복한 미래는 뒷전으로 밀려난 경우가 많습니다.
결혼의 목적은 인생을 행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치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풍경은 젊은 부부와 함께 있는 어린 자녀들의 모습입니다. 공원이나 아파트 주변 등에서 만나는 천진난만한 어린이와 어머니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요즈음 가장 안타까운 사회 현실이 “3포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 결혼, 출산 포기”하고 산다는 속어입니다. 성스러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에게 용기를 주는 방법이 없을까요.
지난해 결혼한 큰 아이 부부에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정생활에 대해 내 생각을 편지를 써서 주었습니다. 나의 30년 결혼생활 경험을 적어 주었습니다.
첫째가 서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과 언행입니다. 즉흥적으로 흥분해서 상대방의 가슴을 베어내는 언행이 없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칼로 베인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났지만, 말로 다친 가슴의 상처는 영원히 간다”라는 말을 기억해야 된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나이가 60살이 되어도 성숙하지 못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 많은 게 인간사입니다. 화가 날 때는 잠시 100까지 마음속으로 세어 보라는 말을 합니다. 심각한 일도 잠시 시간이 지나면 별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배우자를 공주나 왕자로 생각하면 본인은 공주와 왕자의 남편이나 부인이 되는 것이니, 본인이 존경받고 싶으면 배우자를 존중하는 습관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둘째가 긍정적인 마음가짐입니다. 100세 시대입니다. 미래의 인생사는 계속 변합니다.
인생은 음과 양이 있으며, 봄여름가을겨울이 있고, 화창한 날과 폭풍우가 치는 날들이 있습니다. 신은 인간에게 행복과 불행을 똑 같은 숫자로 주었다고 합니다. 즉 행복이 있으면 불행이 있고, 불행이 두 개 있으면 행복이 두 개 있다는 것입니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앞면 뒷면처럼 함께 붙어 다니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참고 겸손한 마음자세가 필요합니다.
인생의 긴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세를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요즘 청년들은 어른 세대보다 곱게 자라서 상대적으로 마음이 여립니다. 쉬운 일만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려움을 감수하고 헤쳐 나가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영국 속담에 “훌륭한 선원은 거친 바다가 만든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솔로몬 왕이 장인에게 금반지를 만들어 오라고 지시했습니다. 반지 안쪽에 전쟁에서 승리하여 영광스러울 때도, 깊은 절망에 빠져 몹시 슬플 때도 도움이 되는 문귀를 새기어 오라고 지시했습니다. 반지를 만든 장인은 현자를 찾아가 답을 청했습니다. 현자의 대답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을 새겨 가라고 했습니다. 시간이 해결하는 일이 많다는 긍정적인 교훈입니다.

셋째는 100세 시대를 대비하여 부부가 공동으로 운동, 취미생활 등 행복한 시간을 만드는 것에도 투자하라. 절대적 빈곤시대는 지났습니다. 상대적 빈곤의 시대입니다.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려면 생활운동, 문화생활, 취미생활 등이 필요합니다.
오늘이 인생의 가장 황금기이다. 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행복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우리는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지나간 다음에야 후회합니다. 특히, 청년기, 장년기의 중요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노후에 후회하는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인생은 단지 한 번만 사는 것입니다. “오늘”은 어제 죽었던 사람이 그렇게 보고 싶었던 미래입니다. 인생이 무미건조하지 아니하도록 오늘과 현재에 충실해야 합니다.

넷째, 세상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우리 속담에 “사촌 논사면 배 아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본인과 관계없는 남이 잘 되는 것에 비교하는 것이 불행한 인생의 시작입니다.
상대적으로 남과 비교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모든 일상에 감사하는 습관을 가지고 살면 보면 마음이 행복해 됩니다.
아마 내 아들도 아버지의 편지를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언젠가 나이가 되면 이해할 날이 있겠지요. 결혼은 긴 삶의 행복의 첫 발자국입니다. 이번 가을 결혼의 계절에 대한민국에 많은 행복한 커플의 탄생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