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 최진복

질= ‘갑’과 ‘을’은 1992. 10. 19. 혼인신고를 마치고 법률상 부부로서 생활하다 경제적인 문제, 성격 차이 등으로 불화를 겪었습니다.

 ‘을’은 ‘갑’으로부터 “우리는 부부가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2004. 2.경 가출하여, 이때부터 별거가 시작되었고, ‘갑’은 그 후 ‘을’을 설득하려는 별다른 노력 없이 ‘을’을 비난하면서 지내왔습니다.

 결국 ‘을’은 2008. 4. 29. ‘갑’을 상대로 이혼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08. 9. 26. 이혼판결이 선고되었고, 이에 ‘갑’이 항소하고 2008. 11. 26. ‘을’을 상대로 이혼청구의 반소를 제기하였는데, 그 항소심에서 2010. 6. 18. ‘본소 및 반소에 의하여 ‘갑’과 ‘을’은 이혼하고, 본소 및 반소의 위자료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었고, 2010. 9. 30. 이에 대한 원고의 상고가 기각됨으로써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한편, ‘병’은 2006년 봄경 등산모임에서 ‘을’을 알게 되어 연락을 주고받고 금전거래를 하는 등 친밀하게 지내왔는데, 위 이혼소송이 항소심에 계속 중이던 2009. 1. 29. 밤에 ‘을’의 집에서 ‘을’과 애무하는 등 신체적 접촉을 가지다가 당시 밖에 있던 ‘갑’이 출입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그만두었습니다(이하 이러한 신체적 접촉 행위를 ‘이 사건 성적 행위’라 합니다). 이때, ‘병’은 ‘갑’에 대하여, 아직 법률상의 혼인상태에 있던 ‘을’과의 이 사건 성적 행위를 한 것에 대하여 불법행위 책임을 질까요?

답= 결론적으로, ‘병’은 ‘갑’에 대하여 이 사건 성적 행위를 한 것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 않습니다.

 (1)부부는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결합된 공동체로서 서로 협조하고 보호하여 부부공동생활로서의 혼인이 유지되도록 상호 간에 포괄적으로 협력할 의무를 부담하고 그에 관한 권리를 가지고, 이러한 동거의무 내지 부부공동생활 유지의무의 내용으로서 부부는 부정행위를 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성적(성적) 성실의무를 부담합니다.

또한, 제3자도 타인의 부부공동생활에 개입하여 그 부부공동생활의 파탄을 초래하는 등 그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되고,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고 그에 대한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여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합니다.

(2) 그러나, 부부가 장기간 별거하는 등의 사유로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실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게 되고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이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3) 따라서 비록 부부가 아직 이혼하지 아니하였지만 이처럼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면,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성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두고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유지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고 또한 그로 인하여 배우자의 부부공동생활에 관한 권리가 침해되는 손해가 생긴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법률관계는 재판상 이혼청구가 계속 중에 있다거나 재판상 이혼이 청구되지 않은 상태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닙니다.

(4) 위 사례에서, 이 사건 성적 행위에 앞서 이미 ‘갑’과 ‘을’의 혼인관계가 불화 및 장기간의 별거로 파탄되어 그 파탄상태가 고착되었고 ‘을’이 제기한 이혼소송의 제1심에서 이혼판결이 선고되기까지 한 상태였다면, ‘갑’과 ‘을’ 사이에서는 더 이상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존재하지 아니하게 되었고 이를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비록 이 사건 성적 행위 당시 제1심 이혼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성적 행위가 ‘갑’과 ‘을’의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방해하였다고 볼 수 없고 또한 그로 인하여 ‘갑’의 부부공동생활에 관한 권리가 침해되는 손해가 생긴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성적 행위가 ‘갑’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대법원 2014.11.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