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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를 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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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 은 옥 보령예지회 |
이 책의 저자 권비영은 말한다.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고종황제의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황녀로서의 고귀한 삶을 살지 못했던 여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흔적도 없이 잊혀버린 그 삶이 너무 아파 도저히 떨쳐낼 수 없었습니다.”라고. 이처럼 작가의 불타는 사명감과 온갖 노력으로 국내 최초 장편 실화 소설<덕혜옹주>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덕혜옹주는 고종황제의 막내딸로 태어나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자란다.
그녀가 여덟 살이 되었을 때 고종은 일제로부터 옹주를 지키기 위해 황실의 시종인 김황진의 조카 김장한과 약혼을 시도하였는데 방해하는 무리로 인해 모든 게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그로부터 얼마 후 고종은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되고 그때부터 덕혜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v 14세 때 일본으로 강제 유학을 가게 되면서 조선을 생각나게 하는 것들은 모두 금지당한 채 무력감과 자책감, 외로움과 홀로 싸워야 했다.
주변의 냉대와 감시로 점철된 10대 시절을 보낸 그녀는 20세에 대마도 백작 다케유키와 강제로 정략결혼을 하게 되는데 그녀는 결코 남편인 다케유키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외모가 볼품없다던 주변의 소문과는 달리 다케유키는 훤칠한 미남형에 지식인이었다.
덕혜에게 남편으로서 잘해주려고 부단히 노력은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얻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녀는 일 년 후 딸을 낳게 되는데 그 딸이 커 갈수록 일본인도 조선인도 아닌 딸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게 되고, 딸 역시 혼란스러워하며 힘없는 어머니의 나라를 부정하고 방황하게 된다.
덕혜는 점차 건강이 악화되고 무기력해지며 정신적으로 더 피폐해져 가고 다케유키는 그녀를 정신 병원에 감금시킨다.
그 기간이 무려 15년이었다.
덕혜의 딸 정혜는 이른 나이에 결혼하지만 이혼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허복순’이 있다.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는 ‘허승’이다.
허복순이 일제에 의해 억지로 피를 흘리며 끌려가는 걸 덕혜가 보고 구해준다.
그리하여 허복순은 궁에서 덕혜의 시중을 들게 되고 둘은 서로를 의지하게 되어 일본에서도 내내 덕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런 허복순이 어느 날 사라지고 일제의 계략에 의해 꽃다운 그녀는 처참하게 짓밟히고 마는데 책을 읽는 내내 너무 가슴이 아프고 나도 모르게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잡초처럼 강인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그녀는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어렵게 덕혜를 다시 만나 정신 병원에서 덕혜를 탈출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결국은 일제의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죽어간다.
등장인물 중에 또 한 사람은 ‘박무영’이다. 본명은 ‘김장한’이며 덕혜의 남편이 될 뻔한 사람이었으나 간교한 무리의 계략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는 고종을 만나러 궁에 갔을 때 덕혜를 처음 보고 그때부터 그녀를 마음에 품게 되었고 내내 그녀를 지키라는 특명을 받고 비밀리에 활동하게 된다.
멀리서 잠깐 스쳤을 그때의 그녀를 평생 마음 한쪽에 고이 간직한 순백의 사랑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어릴 때부터 무척이나 총명하고 야무지고 어여뻤던 그녀였지만 시대의 암흑 속에 자유를 박탈당했고 황녀로서도, 여자로서도, 엄마로서도 너무나 불행한 삶을 살았던 그녀를 보며 그 기구한 운명에 눈물이 났다.
1962년 37년 만에 덕혜옹주는 마침내 귀국하게 된다.
그녀가 꿈에도 잊지 못하던 우리나라 대한민국. 그러나 그녀의 존재를 아는 이는 없었다.
1989년 눈이 부시도록 푸른 날 그녀는 생애 처음 입가에 평안한 미소를 짓고 영원한 자유를 향해 먼 길을 떠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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