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예지회 송년회선물로 김훈의 "남한산성" 책을 받았다.역사 적 팩트의 내용이라 그럭저럭 읽고 손에서 멀어져 하얗게 먼지가 내려져 있었다. 그런데 올 추석연휴에 큰 아들이 추석명절에 개봉되는 "남한산성" 티켓을 핸드폰으로 예매해 보내주어서 남편과 읽고 잊어버린 "남한산성"을 한가위를 맞이하여 관람하게 되었다.
컴퓨터글씨체보다는 펜으로 아날로그적 감성적인 나에게는 문자티켓이 마냥 신기하고 바쁜 남편과 오랜만에 동행하다보니 영화의 내용보다는 맘이 설레 관람하게 되었다. 줄거리는 1636년 인조14 년 병자호란청나라의 대군이 공격해오자 임금과 조정은 적을 피해 졸지에 서울이 함락되자 인조는 왕자들이 먼저 가 있는 강화도로 미처 피난하지 못하고 남한산성에 갇히는 신세가 되면서 47일간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
병자호란은 두 달 만에 끝난 일이지만 임진왜란과는 또 다른 측면에서 민족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도전과 싸움조차도 못하고 패배해버린 그 곳.무시하던 오랑캐 만주족에게 무릎을 꿇어야 했다는 내용이야말로 혼란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남한산성에서 구원병이 오기를 기다리나 뜻밖에 강화도가 먼저 적의 수중에 들어가자 남한산성은 견딜 수가 없었다.
외부와 단절된 채로 적의공격에 시달리면서 외롭게 산성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임금의 고난은 그야말로 처절한 것이다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어야 백성의 아픔을 보면서 온몸에 바늘을 꽂아 놓은 것 같은 심정으로 시간을 견디었을 인조.인조의 번민은 깊어가고 청의 무리한 요구와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데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이야기.인조임금은 삼전도에서 항복을 하고 청나라를 종주국으로 인정해야만 했다.
백성들의 죽음의 위기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현실. 조정내부갈등. 끝까지 싸우는 것이 명분인 자와 청에 항복하는 것이 내일의 도모라고 생각하는 현실적 문제를 다룬 병자년의 겨울들판의 저 너머에현실 앞에 보일 수 있는 자와 보고 싶지도 않는 자의 두 시선이 머무는 곳 두인물의 갈등이 옳다 그르다는 관점이 없는 곳 참담한 현실 앞에 "죽음이 가볍지 어찌 삶이 가볍겠습니까
생이란 곧 죽음이다"라는 이상적인 김상헌의 통곡의 한이 들리는듯하다.
또한 "죽음으로써 삶을 지탱하지 못할 것이다. 웃음으로서 곡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최명길의 현실적 이상에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의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그 어느 쪽이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삼전도 굴욕적 망국의 역사적 사실 앞에서 분함과 울분을 금치 못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임금과 조정의 이런 현실 앞에서도 이득이 앞서 서로의 행위를 논쟁하고 현실을 직시 못하며 무엇이 우선이고 문제해결의 핵심조차도 모르는 조정의 내분에 가슴이 먹먹해져온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이 어려운 시점에 던져주는 메시지가 무언가를 생각하게 된다.뒤 돌아보니 삶과 죽음 민족의 아픔과 울분이 있고 굴욕의 역사가 아무 말 없이 흐르는 그곳이 우리주위에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 있는 "남한산성" 이다.
931995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