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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us vivendi (생활의 방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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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령예지회 최 은 순 |
여태 이 차를 타고 다녀? 체면이 있지 차 좀 좋은 차로 바꿔.
이 차가 어때서요? 난 이차가 좋은데요. 그래도 체면이 있지.
십 오년을 넘긴 차라서 볼품은 없지만 운전면허 취득하고 남편이 선물한 것으로 추억이 담겨 있는 차다.
난 생 처음 차를 선물 받고 해안 도로를 시험 주행하던 날,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핸들 잡은 손에 진땀이 났고 브레이크와 액셀을 밟던 다리는 온 힘을 쏟아 쥐가 날 정도였다.
운전 교습을 시켜 주던 남편은 서툰 초보 운전을 보며 어찌나 잔소리와 지청구를 해 대던지 지금도 생각하면 진땀이 난다.
가깝고 좋은 사람일수록 예의를 갖춰야 됨은 물론이거니와 마냥 좋은 관계도 그저 녹록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시간이었다. 이런 저런 사연이 담겨 있는 차는 긴 세월과 함께 어떤 좋은 차 보다 더할 나위 없이 익숙하고 친숙해져 안락하기만한 차다.
“이 가방 여태 가지고 다녀? 하도 오래 가지고 다녀서 가방끈이 다 낡았네.”
“체면이 있지 가방 좀 바꿔. 낡은 가방 버리고 요즘 남 들 다 갖고 다니는 명품가방으로 좀 바꾸지 그려?” “그래도 가방끈만 수리하면 한참 더 쓰는데요.”
이 가방은 7년 전 딸이 대학 졸업 후, 생애 첫 직장 다니면서 첫 월급으로 선물해준 소중한 가방이다.
부모의 보살핌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하며 딸의 수고로움이 가득 담긴 사랑의 선물로 내게 큰 의미를 부여해 준다. 명품가방이 별거던가? 딸의 효심이 담긴 이 가방이 명품이지.
나는 오래된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편이다.
하다못해 신발장속에 가지런히 넣어 둔 헌신짝도 헌신짝 버리듯이 쉽게 버리지 못하는 편이다. 오래된 물건은 저마다의 애틋한 사연과 깊은 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러는 나를 어떤 사람은 ‘지지리 궁상맞다’며 새것으로 장만하라고 조크를 주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물건에 손때가 덕지덕지 묻은 것을 보고는 마치 물건에 대한 사연을 알고 있는 듯 나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말로 ‘관록이 묻어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소위 체면이라는 것을 세울 기회가 있었다.
수많은 사연을 간직한 채 나의 발이 되어준 자동차가 마침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해 폐차가 되어 이 땅에서 사라져 버렸다.
새 자동차를 탈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새 것에 대한 낯 섬과 익숙지 않은 기계에 대해 마구 신경이 쓰여 결국 함께 공유하던 친근하고 익숙한 남편의 차를 끌고 다니기로 했다.
프랑스에서 아들이 다니러 왔다. 명품 가방이라는 것을 사들고 와 선물로 안겨주었다.
며칠을 가지고 다녀 봤지만, 명품 가방이나 주인이나 고생이었다.
명품의 개념을 인지하지 못하고 이리 저리 둥글리고 할 때면 명품의 진가를 아는 어떤 분은 명품가방을 마구 대한다며 털고 닦아서 가지런히 놓아 주곤 했다. 어쩌다 아무데나 놔두고 오는 깜박 증상이 있어 찾으러 다니는 해프닝까지 벌이다 보니 신경이 쓰여서 불편하기만 했다.
결국 장롱 속에 넣어두고 관록이 묻어나는 오래된 가방을 들고 다니고 있다.
새것도 좋고 체면도 좋은 말씀이나 내 생활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다.
시어머님 모습이 떠오른다. 어머님은 자식들이 선물해 주는 유행하는 옷이며 그릇이며 생활용품들을 잘 쓰지 않으시고 옷장에, 그릇장에 넣어두고 보시는 것을 즐거워 하셨다.
나는 갓 시집와서 어머님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머님! 왜 새 물건은 안 쓰시고 오래되어 볼품없는 옷과 신발, 찌그러진 그릇들을 사용하셔요?” 의아해하며 어머님께 새 옷을 꺼내 입혀 드리고 새 물건들을 사용하시라고 채근하기도 했다.
“어머님! 이 좋은 물건 안 쓰고 넣어 두면 나중에 유행도 지나고 도로 헌 것이 되는데요.” 그럴 때면 어머님은 이 옷은 몇째 아들이 생일 선물로, 이 그릇은 몇 째 딸이 어버이날에 명절에 사오고 몇째 며느리가 집안 행사 때 사 온 것이라 하셨다.
저마다 물건에 대한 사연을 들려주시며 선물해준 자식들을 생각하면 다 소중해서 쉽게 버리기도 쓰기도 아깝다고 하시며
나이가 먹어갈수록 새것 보다는 오래 된 것이 익숙해져서 내게 잘 맞고 편해서 제일 좋다고 도 하셨다.
가족들이 떠나고 나면 입혀드린 새 옷을 다시 갈아입으셨고 새 그릇도 다시 바꿔 쓰셨다.
어머님은 자녀들의 선물을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해 하셨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 그저 새것에 대한 콤플렉스라도 있는 듯 새것이 좋았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머님의 생활방식을 공감하며 내 생활의 방식도 어느새 어머님을 닮아 가고 있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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