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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눈사람’을 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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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지회 손 혜 경 |
이 책의 저자는 문인이자 평론가로 활동해온 박동규 서울대 명예 교수이다.
익히 알다시피 박동규 교수는 우리나라 대표시인의 한 사람인 청록파 시인 박목월의 장남으로 그 역시 많은 수필집과 문장론집을 저서로 갖고 있으며 노년에 이르도록 꾸준한 문학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는 중이다.
‘내 안에 간직해온 세상 가장 따뜻한 이야기’ 라는 부제가 붙은데 서도 알 수 있듯이
크나큰 나무 같은 아버지에 대한 일화와 자애롭고 현명한 어머니와의 추억들이 곳곳에 배어있는 수필 한 편, 한 편 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가족 간의 사랑이 이 추운겨울 모닥불 같은
은은한 온기로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민족의 비극인 6.25 전쟁을 몸소 겪은 저자의 어린 시절은 누구나가 다 넉넉지 않은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부모님과 가족의 변함없는 사랑으로 이루어지고 꾸려지는 포근한 가정이 있었기에 나이 들어 옛 시절을 되돌아보는 저자의 입가엔 긍정과 온유의 미소가 늘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리라 생각하며 그 중 몇 편을 간단히 요약하여 소개해본다.
‘아버지가 주신 선물’ 에서는 저자의 단칸 신혼방 에는 아들내외가 부담스러울까봐 안 들어오고 늘 집 앞 다방에서 보고 싶은 손자를 만나고 가는 목월시인께 어느 날 택시를 타고 집에 가시라며 택시비를 드렸는데 근처에 볼일이 있다며 사양하고 가는 아버지.
그 뒤를 멀리서 따라가던 아들은 아버지가 몇 정거장이나 되는 거리를 걸어서 그냥 집으로 가시는 것을 확인하고는 아버지의 넓고 깊은 정을 새삼 확인 한다는 내용이고 이 책의 제목이 된 ‘그 날 밤의 하얀 눈사람’ 에선 남편인 목월 시인이 글을 쓰는 동안 아기가 울어 방해될까봐 막내 여동생을 업고는 눈오는 방 밖에서 눈을 함빡 맞으며 서성거리던 어머니의 모습이 평생 잊지 못하는 한 장면으로 저자의 뇌리에 깊이 남아있는데 ‘그래도 니 아버지는 시를 다 쓰고나면 발표하기 전에 제일 처음 나보고 읽어보라고 해’ 라며 웃던 어머니의 모습에선 남편과 아내는 배려를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진정한 사랑을 나눠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야기다. 예전 나의 친정어머니께서 이 이야기를 어디서 읽으셨다며 내게 들려주신 적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그 내용을 읽으니 ‘아, 목월 시인의 유명한 일화로구나’ 라는 반가운 마음이 들며 친정어머니와의 여러 기억들을 떠올리는 시간도 가져볼 수 있었다.
‘가족이라는 이름’ 에선 덩치 큰 아이와의 싸움에서 지고 있던 동생을 보고는 평소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써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도 잊고 상대아이를 때려줬던 일, 6.25 피난 중 폭격에 놀라 숨느라 손을 놓쳤던 어린 여동생을 간신히 구하고 나니 바로 다음 순간 포탄이 그 자리에 떨어져 터졌던 아찔했던 순간, 고등학교 시절 보름동안 감자조림만 가져가서 놀림을 당하고는 도시락을 안 가지고 학교에 갔는데 학교 수위실에 도시락을 갖다놓으시고는 길 건너 가로수 옆에 숨어서 아들을 지켜보던 어머니의 기억.
‘엄마 고생 시키지 마라’ 던 수위아저씨의 야단을 맞고 집에 와서 보니 정말로 부엌 한 구석 포대에 감자 몇 알 밖에 없던 어려웠던 시절의 일들이 옛날이야기처럼 잔잔하게 묘사되어 있다. 부모는 용서밖에, 자식은 후회밖에 할 것이 없는 모순된 관계도 사랑이 있기에 용광로처럼 모든 것을 녹여내어 더 나은 것으로 바꾸어가려는 아름다운 관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어머니의 손’ 이라는 수필에서는 교수시절 남해안 바닷가의 농촌에서 자란 제자의 박사수여식에서 식이 다 끝나고 기념촬영을 하던 중 제자의 어머니가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데 그 어머니의 인사말은 들리지 않고 딱딱한 장작 껍질같은 너무나도 거친 그 어머니의 손 감각만이 가슴속에 ‘팍’ 전달이 되며 ‘저 어머니의 손이 저 아들의 머리에 금실로된 박사모를 씌웠구나’ 라는 이야기를 소개하며 이 책의 주제인 부모님의 희생과 큰 사랑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1부 ‘가족, 그 애틋하고 따뜻한’ , ‘그 때 내 키가 한 뼘 자랐습니다’ , ‘때는 늦었고 이제야 깨닫습니다’ 에이어 2부에서는 저자의 젊은 시절 직장이나 사회에서의 경험이나 에피소드가 소개되어 있고 거기서 얻은 깨달음의 대해 서술하고 있다.
수필 사이사이 주제에 맞게 가족, 부모, 자녀들을 소재로 한 여러 시인들의 시를 한 편 씩 소개해 놓아서 그 시들을 읽으며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가족 간의 사랑에 대해 이토록 깊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동안 예지회 활동을 하며 글쓰기를 간간히 하는 나이지만 정작 가족에 대해선 깊이 생각지도 않고 글도 제대로 쓴 적이 없다는 것에 새삼 부끄러워졌으며 앞으로 나도 꼭 가족을 소재로 한 좋은 글을 한 편 써보고 싶다는 조그만 다짐을 하게 되었다.
오늘은 그동안 겨울 가뭄이라던 우리 지역에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다. 모든 것을 덮어주는 포근한 이불처럼 하얀 눈이 온 세상을 은세계로 바꾸며 세상의 모든 추한 것과 부조리한 것들로부터 우리의 영혼의 순수함을 지켜주는 것 같기에 사람들 모두 눈이 내리면 환호성을 지르며 반기는 것이리라.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서 영원한 그리움으로 자리하고 있는 사랑의 원천을 되돌아보며 한 해의 시작 즈음 만난 이 책에서 많은 공감과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었음에 만족하며 간단한 책 소개와 느낌을 마무리 짓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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