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문학보령예지회-정태경-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등 소설 세편이 연결된 소설이다.
내용이 전혀 다른듯하지만 영혜라는 주인공으로 연결고리를 만들어 영혜의 인생에 스쳐지나간 남편과 언니와 형부의 감정을 그려 나갔다.
책의 내용이 너무 난해하여 근사한 독후감을 쓸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고 두서잡기 힘들다.
훅~ 등 뒤에 찬바람이 스며든다.
맨부커상을 받았다고 떠들썩했던 소설인데 왜 상을 받았을까? 의구심이 생긴다.
상을 받을 만큼 내용이 좋거나 특별하지도 독특하지도 않지만 유명한 상을 받았다는 것을 생각하니 없던 의미들도 다르게 보이며 책이 달라 보이긴 하나 환하게 웃을 수 없는 내용이 어둡고 우울하기만 하다. 좋은 책을 좋게 보지 못하는 낮은 눈높이를, 내 수준을 한탄하면서 ....
어느 날 갑자기 꿈 때문에 채식을 시작한 영혜와 처재의 엉덩이에 있는 몽고반점 때문에 예술적 영감을 느끼고 처재와 섹스하고 비열하게 예술을 빗대어 탐닉하는 형부, 그것을 알았지만 모른 척하고 정신병원에 신고하고 정신병원에서 거식증으로 죽어가며 나무가 되기를 꿈꾸는 동생(영혜)를 감싸주는 언니(인혜)의 이야기이다. 이런 내용들에 상을 주다니 참으로 제정신들이 아니다. 그럼 나는 제정신으로 살아가는가? 그것도 아니다.
인생은 오직 외롭고 쓸쓸할 뿐이다. 누가 누구를 이해해 준다하여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만의 생각으로 타인의 소설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하는 나도 제정신이 아닌듯하다.
어느 누구도 타인의 인생을 살아주지도 못하며 자신이 겪지 않은 상처 입은 영혼의 고통을 동감하기란 더욱 힘들다. 그래서 어설프게 주인공들을 이해하거나 동감하지는 않겠다.
'채식주의자'에서는 어린 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모습에 점점 육식을 거부하고 스스로가 나무가 되어간다고 생각하는 영혜가 나오는데, 어린 시절 개에게 팔을 물려 한동안 개를 멀리하고 지금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뿐, 팔에 커다란 흉터만 남긴 채, 멍멍탕도 잘 먹는 나를 볼 때 영혜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을 하며 시간이 경과할수록 비정상적인 행동은 정도가 심해진다. 정상적으로 살려고 노력하지만 점차 고립되어 가면서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우울증으로 변하고 소통을 못하니 남들의 눈을 의식하지도 못하는 영혜. 영혜의 꿈은 꿈이 아니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꿈으로 인지하는 약한 존재일 뿐이다. 그런 아내의 행동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남편, 당연하다. 자아를 다지지 못한 영혜의 비극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외롭기만 했던 영혜의 우울한 어린 시절이 보이는듯하다.

'몽고반점'에서는 사진작가인 영혜의 형부는 처제의 몸을 갈망하고 그것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미화한다. 처제의 엉덩이에 남은 몽고반점을 탐하며 예술 혼을 불태우며 예술가로서의 열정을 키우고 윤리와 표현의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결국에는 욕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넘어서는 안 될 마지막 선까지 넘고야 만다. 처제가 예뻐서 사랑해서라고 했다면 욕은 나오지 않을듯한데 예술이라고 자기 합리화시키는 얄미움이 파랗게 질린다. 도둑놈!
  '나무 불꽃'에서는 남편이 자신의 동생을 간통한 것을 보며 좌절하고 남편과 헤어지고 동생을 정신병원으로 입원시키는 수속을 하고난 뒤, 원래의 삶으로 되돌아가려 했으나 결코 쉬운 일이 될 수가 없었던 인혜의 혼란이 마음에 남는다. 또한 곡기를 끊고 나뭇가지처럼 말라가는 동생을 바라보는 언니의 찢어지는 마음을 누가 알까만은 마지막까지 정성껏 돌봐주던 언니의 그 마음이 진실이었을까?
“영혜야, 어쩌면 꿈인지 몰라. 꿈에선 꿈이 전부인 것 같지만 깨고 나면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지......“ 인혜의 이 한 마디는 동생을 향한 자신의 바람이었으리라...!
그런 인혜의 친절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죄책감이었을까? 우애였을까?
아버지는 정상적인 아버지였을까? 폭력적 아버지는 아니었을까?
- 어릴 때부터 영혜에게 손찌검을 하고,,,채식만 한다는 영혜를 이해하기 보다는 억지로 음식을 먹이려고 하다가 따르지 않자 영혜의 빰을 때리고 이로 인해 영혜가 칼로 손목을 긋는다.
 제 삶을 살아보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간 불쌍한 영혜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물질은 풍부하지만 정신적으로 쉽지 않는 세상에서 스트레스 받는 아이들의 문제를 영혜의 죽음에 대입해 본다. 청소년들의 비행과 탈선, 묻지마 사고 ,우울증 걸린 아이들의 자살시도 등, 학교현장에서는 무조건 공부하라고 하기 보다는 자아결정권을 가진 인격체로 보고... 스스로 정체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청소년들을 교육하며 잘 키워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채식주의자를 읽으며 현대를 살아가는 청소년을 연상하며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논한다면 너무 멀리 간 거겠지? 영혜처럼 자아정체성을 찾지 못하면 결국 자신을 파탄으로 이끌어간다는 것과 우리 주변에서 무심코 벌어지는 폭력은 주변의 누군가를 병들게 하고 죽음으로까지 몰아간다는 것을 기성세대는 알고 예방해야 한다.  ‘채식주의자’를 읽으며 오랜만에 많은 생각을 하며 청소년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말해주고 싶습니다.
“아무리 불행하게 생각되어져도 너는 소중한 사람이야! 자신의 목숨과 바꾸지 말자. 아무리 큰 고통도 흘러간단다. 금방 지나갈 거야.“
우리 모두는 참으로 행복한 존재입니다.
이기주의가 팽배한 현대에 서로 이해하고 따뜻하게 살아가는 사회가 되어 또 다른 영혜가 없기를 기원합니다.